공배한잔과 안주반집

사카다의 바둑/예담(藝談) 23

담배, 술에 대하여

담배, 술에 대하여 나의 흡연은 유명한 듯, 담배에 관한 앙케이트가 오는 일도 있다. 평일은 4, 50개로 되지만 대국일에는 7, 80개에 이르는 것도 드물지 않다. 대국의 이틀 째에는 100개에 달할 때도 있다. 기사들 가운데서도 어쩌면 상위 클럽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것은 호프나 오림피아스 등, 가볍고 연한 것 들이며 흡연하자마자 도중에 꺼버리는 일이 많으므로 양으로 말하면 대단한 것은 아닐 것이다. 너무 양이 많아지면 건강에도 좋지 않으므로 될 수 있는 한 줄이고 싶어 하는데 이것 만은 좀처럼 급히 고쳐질 것 같지 않다. 술은 일본주를 즐긴다. 맥주에 끌리는 것은 여름 뿐이다. 맥주는 취하기까지에는 상당한 양을 마셔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위가 거북해지는 것이 싫다. 그래서 결국은 일본..

盤石의 趣味(반석의 취미)

盤石의 趣味(반석의 취미) 바둑판과 돌은 어느 것을 가지고 있느냐고 물어오는 일이 있다. 그런데 나는 그리 좋은 것을 가지고 있지 않다. 크게 자랑할 수 없는 것은 섭섭하다. 반석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는 까닭은 아니지만 지금에는 골동적(骨董的)인 가치가 있는 것을 손에 넣으려는 기분이 그리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좀더 나이가 들면 심경이 변하여 어떻게라도 꼭 좋은 반석을 수중에 넣으려고 애쓰는 일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러나 지금까지의 체험으로 어떤 반석이 좋으냐 하는 것은 말할 수 있다. 현재의 반석의 최고 표준은 日向産의 榧子(비자) 六寸盤(육촌반), 흰 돌은 日向産의 大蛤(대합), 검은 돌은 那智(나지:일본 지명)産 의 돌로서 두께 三分五厘(삼분오리:3푼5리)라고 한다. 그런데 나..

秒읽기에 관하여

초읽기에 관하여 나도 청년시대에는 초읽기에 들어서고도 몇십 수를 둘 수가 있었지만, 최근엔 年令 탓인지 실수가 많아져서 유리한 바둑이라도 이긴다는 자신이 없게 되었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시간을 남기면서 두고 있다. 종반에서 시간의 여유가 있는 바둑은 기분으로도 아주 편하여 사실 여간해서 지지 않는다. 시간을 여유 있게 하기 위해서는 중반의 어려운 곳에서 어느 정도 직감에 따라 두는 것도 부득이하다. 한수 한수 최선을 다해 둔다는 것은 이상적이긴 하지만 시간제한이 있는 이상 그래서는 이길 수 없을 것이다. 초읽기에 쫓기게 되면 그때부터 앞은 오리무중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된다. 말하자면 운이 좌우하는 승부가 되고 마는 것이다. 나는 運數相關(운수상관)의 승부는 하고 싶지 않다. 상대가 초읽기에 쫓기는 ..

局後의 檢討

국후의 검토 국후의 검토라고 하면 자못 대단한 말 같지만 아마도 이는 신문 바둑란에서 쓰기 시작한 표현일 것이다. 아마추어 대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인데, 사람이 분한 나머지 이것 저것 구실에 가까운 감상을 틀어 놓던지 하면 이긴 사람도 적당히 응수하는 경우가 있다. 전문가들도 마찬가지로서 역시 바둑의 성질상 진 기사가 어느 手가 나빴었다고 말하는 것에서부터 국후의 검토가 시작되는 것 같다. 물론 이긴 기사에게도 퍽 공부가 되는 것이므로 나도 젊었을 때는 승패에 불구하고 정열을 기울여 검토했던 것이다. 진리의 탐구라고 하는 순수한 동기에서 지금까지 盤上에서 대결했던 棋敵과 더불어 전적을 뒤돌아보고 감상을 나누는 것은 다른 승부의 세계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아름다운 관습인 것처럼 생각된다. 하지만 ..

바둑의 두터움과 엷음

두텁다고 함은 세력을 중시하는 것으로, 나중에 이르러서는 집이 따르게 된다. 소위 勢의 효과인 것이다. 등이 두텁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특히 중앙의 세를 의미하고 있는 것 같다. 이에 대해서 엷은 바둑은 집 장만에 집착하며 돌의 활동성을 중시한다. 이와 같이 한마디로 말하면 마치 두터운 바둑 쪽이 좋은 것처럼 들리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두터운 바둑은 자칫하면 자세가 높게 되기 쉬워서, 상대방이 이를 찔러 오면 교묘하게 삭감당하고 마는 일이 있다. 소위 어설픈 모양이 되기 쉽다. 반대로 너무 엷게 두면 돌이 산뜻하며 기분은 좋지만 약한 돌이 도처에 생기기 쉬워진다. 일반적으로 현대의 바둑은 明治, 大正시대의 바둑에 비하여 두터워진 것 같이 생각되지만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 단지 당시는 三線에 중점을 ..

妙手풀이 其一(그 하나? 정도)

일반적으로 묘수풀이를 만드는데는 역시 그를 위한 특수한 재능이 필요한 것 같이 생각된다. 고단자라도 묘수풀이를 만드는데 능숙한 사람과 그렇지도 않은 사람이 있는 것 같다. 옛날의 고명한 기사가 만든 것에는 퍽 잘된 것이 있는데 그것은 지금과 비해서 시간적이 여유가 많았던 까닭이 아닌가 생각한다. 나의 묘수풀이는 실전에 나타난 사활에 관한 형태를 여러가지로 바꾸어 보고 만든 것이 많아 그런 의미에서는 순수한 창작은 극히 적다. 그러나 아이디어는 모두 나의 것임은 물론이다. 원래 凝固(응고)한(?) 성격이어서 수는 적으며 걸작이라 지칭된 것을 만든 기억도 없지만 아래에 한가지를 소개한다. 기력테스트로 풀어보시기 바란다. 또한 이 묘수풀이는 지 1963년 8월호에 연재되었던 것이다. 백선으로 결과는? 백1로 ..

勝敗에 관련되는 것

1951년 제6기 본인방전에서 나는 하시모토 우타로(橋本宇太郞) 八단(당시)에게 도전했다. 출발은 3대1로 리드하여 쾌조였었지만 그 후 2연패하여 결승전이 三重縣(미에켄)의 경승지 현도(賢島:카시코지마)에서 행해졌다. 서반의 유리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만 형세를 그르쳐서 지고 말았다. 잊으려고 해도 잊혀지지 않는 안타까운 일국이었다. 그로부터 꼭 10년 째에 본인방 타이틀을 쟁취하게 되었는데 바둑의 기술이 10년 전과 비교해서 그리 진보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그때의 패전을 계기로 해서 다소 인간적으로 성장하였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뿐이다. 1963년의 후지사와 히데유키 명인에게의 도전 시합의 제6국도 평생 잊을 수 없는 대국이었다. 그 때에도 2연승한 후, 제3국은 과신해서 지고, 제4국은 거의 ..

<읽기>의 배경

라는 것을 알기 쉽게 설명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그러나 이 라는 자체가 바둑의 본질에 관계가 있다고도 여겨지므로 내 생각을 밝혀 보겠다. 우리들이 반면의 구도를 눈앞에 두고, 장차 발전되는 구도를 머리에 그리는 경우, 최초에 떠오르는 것이 이른바 제1감의 구도인데, 그것이 자기에게 분명히 유리하며, 이어서 떠오르는 제2, 제3의 구도도 제1감의 그것만 못할 적에는 문제는 극히 단순하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그 제1의 구도는 인 예가 많으며 과연 자기가 보다 유리한지 어떤지를 판단하기가 참으로 어렵다. 제1감의 구도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제2, 제3의 구도를 모색한다. 이와같이 구도 그 자체가 여러개가 생긴다. 그 하나하나의 형세를 판단해서 다른 경우와 비교하고 최후로 그 여러 개 중에서 하나를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