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과 장기
언젠가 NHK의 아나운서로부터 바둑과 장기는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을 받은 일이 있다. 나는 장기는 깊히 알지못하므로 단정해서 말하기 어려우나 한 마디로 말해서 장기는 좁고 엄하며 바둑은 넓고 느리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원래 장기는 전국시대의 전투처럼 보병이 선두에 서서 적진으로 쳐들어 가 적장을 치는 게임이다. 바둑은 자기 나라의 영토를 가능한한에서 확대하려는 사령부의 계략과 비슷하다. 따라서 장기가 전투적이라면 바둑은 전력적이다.
장기는 힘의 밸런스가 한 번 깨어지면 우세한 편은 점점 우세해지고 반대로 악화되면 자기 陳을 지탱할 도리가 없을만큼 삽시간에 敗戰一路로 나아가게 된다.
바둑은 상대편 말을 잡기만 하면 이기는 것이 아니라, 궁극에 있어서 땅을 많이 차지하면 되기 때문에 승패의 과정이 느리다.
緖戰(서전)에서 한 귀에 악수가 있더라도 그 때문에 형세가 당장 기울지는 않는다. 두어 나감에 따라 악수가 이윽고 호수로 변하는 일도 드물지 않다. 또는 호수를 두어 어느 부분을 졀정하여도 그만큼 바둑이 좁아들어서 결과적으로 나쁜 일도 있다.
그렇기에 바둑과 장기 어느 쪽이 더 어려우냐 하면, 당장에 단정할 수는 없다. 바둑을 깊이 연구한 사람은 바둑의 어려움을 직접 체험하고 있기 때문에 바둑이 더 어렵다고 생각하며, 반대로 장기의 대가는 장기가 더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게임의 본질이 다르므로 그 쉽고 어려움을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일 것이다.
다만 바둑의 대국 과정에는 복잡한 기복이 있기 때문에 완전히 승리가 결정되는 시기를 판단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승부사로서의 태도, 공격과 수비의 호흡 등, 미묘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타당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