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배한잔과 안주반집

바둑이야기

술보다는 바둑

kimdong 2015. 5. 5.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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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보다는 바둑



  중국에는 바둑에 얽힌 옛날 얘기가 많다. 진나라 혜제 때 평동장군 주복이 어느날 고관대작을 모아 연회를 크게 벌였다.

  당대의 석학인 배하도 초대되었다. 배하는 거기서 오랜만에 적수를 만났다. 적수는 밉기도 하지만 만나면 그냥 있을 수가 없다. 즉시 연회장 한쪽에 바둑판이 대령되었다.

  주복의 부관인 사마가 손님들에게 술잔을 권하며 돌다가 배하에게도 가득 잔을 채워주었다. 그러나 바둑에 열중한 배하는 술잔이 안중에 들어올 리 만무였다.

  사마도 손님을 접대하는 사이에 어지간히 취했다. 비틀비틀 대국자 옆을 지나다보니 배하는 여전히 바둑에 빠져 있고 술잔은 가득 채워진 채 그대로였다.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었다.

  "여보시오, 이 술에 독이 들었소!"

  동시에 배하를 번쩍 들어 업어치기했다. 이에 주위의 손님들이 벌벌 떨게 됐는데 정작 당사자인 배하는 태연히 일어나 안색 하나 변치 않고 바둑판 앞에 다시 앉으면서,

  "술보다 바둑이 더 좋지 않은가!"

  하고 상대에게 계속 뒤기를 권하더라는 것이다.


양동환의 '묘수와 속수'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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