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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고 나갈 옷이 없어
주선(酒仙)으로 알려진 본인방 수원(秀元)은 언제나 술독에 들어 있었고 언제나 가난했다.
그 가난이 안타까워 제자들이 지도바둑 자리를 마련해 주어도
"나는 억지 품팔이가 싫다."
면서 듣지 않았다.
"선생님 어쩌자고 이러십니까? 왜 못가신다는 겁니까?"
"입고 나갈 옷이 없네."
하는 수 없이 부자집에 사실대로 밝혔더니 금세 옷 한 벌을 보내왔다.
"고맙구먼, 그렇다면 갈 수밖에."
하면서 두세 차례 나가더니 또 주저앉고 말지 않는가.
"선생님 어떻게 되신 일입니까?"
"먹어 버렸네."
술이 옷을 먹어 버린 것이다.
양동환의 '묘수와 속수'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