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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선(酒仙)
본인방 수원(秀元)이라고 하면 19세기 후반 일본 바둑계의 주선(酒仙)으로 통한다. 어느 대회에서 우승하여 금컵을 받았을 때, 그는 「물건보다 알맹이가 더 좋은데」라고 했다 한다.
어느날 3점 지도국을 두는데 상대가 어찌나 장고를 하는지 술시(대충 밤 8시)에 이르렀겠다. 목줄기는 근질거리고 기분은 들뜨는데 그만 손을 들라고 할 수도 없으니 눈치를 살피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상대방은 아랑곳없이 궁리를 거듭한 끝에 한 점을 착수하는 것이다.
보다 못한 수원은 이때다 싶어,
"대단하십니다. 그 맥을 발견하셔서는 백에게 승산이 없게 됐습니다. 이로써 백의 필패국입니다. 졌습니다."
하고 치켜세운 다음 돌을 쓸어담고 일어서서 술집으로 직행했다.
상대방은 기분이 좋아 이튿날 다른 고단자에게 복기해 보여주면서
「이 수에 본인방이 손을 들었다.」하고 자랑했다.
그러자 그 고단자가 빙그레 미소지었다. 사실은 그 수가 대악수로서 흑의 필패였더라는 것이다.
양동환의 '묘수와 속수'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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