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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이야기

조건부 초단(初段)

kimdong 2015. 4. 30.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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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부 초단(初段)



  일본의 에도 시절 안정산지(安井算知)명인 주변에 야마모토라는 유지가 있었는데 유명한 바둑광이었던 모양이다. 실력은 허약하면서도 백을 들기를 즐겨하고 상수에게는 되도록 덜 접히려고 기를 쓰는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이만 하면 이제 초단을 인정할 때가 되지 않았습니까?"

  그럴 때마다 안정명인은 「알고 있습니다. 유념하고 있습니다.」라는 답변으로 그 자리를 모면하곤 했지만 결국은 코너에 몰린다.

  "좋습니다. 그토록 원하신다면 초단을 인허해 드리지요."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사례는 넉넉하게 하겠습니다."

  야마모토는 뛸듯이 기뻐했다.

  그러나 산지명인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렇게까지 좋아하시면 곤란합니다. 초단은 드리겠지만 조건이 있습니다."

  "어떤 조건이라도 좋습니다. 초단 면장만 주신다면..."

  그리하여 야마모토가 받은 초단 인허장엔 이런 단서가 붙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과 대국을 하지 않을 경우에만 인정함>


양동환의 '묘수와 속수'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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