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후의 검토
국후의 검토라고 하면 자못 대단한 말 같지만 아마도 이는 신문 바둑란에서 쓰기 시작한 표현일 것이다. 아마추어 대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인데, 사람이 분한 나머지 이것 저것 구실에 가까운 감상을 틀어 놓던지 하면 이긴 사람도 적당히 응수하는 경우가 있다. 전문가들도 마찬가지로서 역시 바둑의 성질상 진 기사가 어느 手가 나빴었다고 말하는 것에서부터 국후의 검토가 시작되는 것 같다.
물론 이긴 기사에게도 퍽 공부가 되는 것이므로 나도 젊었을 때는 승패에 불구하고 정열을 기울여 검토했던 것이다. 진리의 탐구라고 하는 순수한 동기에서 지금까지 盤上에서 대결했던 棋敵과 더불어 전적을 뒤돌아보고 감상을 나누는 것은 다른 승부의 세계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아름다운 관습인 것처럼 생각된다. 하지만 근래의 나는 어느 대국에서도 나의 모든 것을 다 기울여 싸우는 일이 많으므로 국후는 疲勞困憊(피로곤비)하여 일각이라도 빨리 검토를 마치고 별실에서 쉬고 싶어 하는 일도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국후의 검토에 의해서 자기의 감상을 거침없이 모두 말해 버리는 것은 특히 몇 番棋(번기)라고들 하는 승부에선 그 후의 대국도 있어 별로 득이 안 될 것이라고 생각되는 경향도 있겠지만, 일단 검토에 들어간 이상엔 損得(손득)을 초월한 차원에서 말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처음에는 대꾸하는 정도라도 점점 열을 띄게 된다.
언젠가 모九段과의 국후의 검토에서 시간이 가는 것도 잊고 승부처의 해명에 열중해 있었다. 그리고는 마침내 모九段이 '어떻게 두던 안되었던가?' 하며 한숨과 함께 손에 들었던 돌을 반상에 놓았을 때, 밖을 내다보니 먼동이 트고 있었다. '사카다는 이기든 지든 반상에는 강하다'라고 하는 평판을 받게 된 일도 이러한 일이 원인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사카다의 바둑 > 예담(藝談)' 카테고리의 다른 글
盤石의 趣味(반석의 취미) (0) | 2023.09.01 |
---|---|
秒읽기에 관하여 (0) | 2022.08.12 |
바둑의 두터움과 엷음 (0) | 2021.05.16 |
妙手풀이 其一(그 하나? 정도) (0) | 2020.08.04 |
勝敗에 관련되는 것 (0) | 2020.07.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