盤石의 趣味(반석의 취미)
바둑판과 돌은 어느 것을 가지고 있느냐고 물어오는 일이 있다. 그런데 나는 그리 좋은 것을 가지고 있지 않다. 크게 자랑할 수 없는 것은 섭섭하다. 반석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는 까닭은 아니지만 지금에는 골동적(骨董的)인 가치가 있는 것을 손에 넣으려는 기분이 그리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좀더 나이가 들면 심경이 변하여 어떻게라도 꼭 좋은 반석을 수중에 넣으려고 애쓰는 일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러나 지금까지의 체험으로 어떤 반석이 좋으냐 하는 것은 말할 수 있다.
현재의 반석의 최고 표준은 日向産의 榧子(비자) 六寸盤(육촌반), 흰 돌은 日向産의 大蛤(대합), 검은 돌은 那智(나지:일본 지명)産 의 돌로서 두께 三分五厘(삼분오리:3푼5리)라고 한다.
그런데 나의 취미는 좀 달라서 碁盤(기반)은 감촉이 좋은 五寸 정도의 것이 두기 편해서 좋아한다. 그 이상 두터우면 두기 거북하다.
이제까지 전국각지에서 많은 대국을 하고 있기 때문에 때로는 퍽 좋은 바둑판으로 둔 적도 있었겠지만 별로 인상에 남을만한 것은 없었다. 대국 전후에 판 뒷면에 이름 또는 싸인을 요구해 오는 일도 있었는데 아마도 훌륭한 名器(명기)였음에 틀림없을 것이다. 돌은 3푼 5리 정도의 것이 두기 편하여 좋아한다. 좋은 바둑판이라면 거기에 알맞은 좋은 돌이 쓰여지는데 3푼 5리까지는 그리 마음에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그 이상이 되면 돌의 안전성이 나빠, 놓고 나면 흔들리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최근에 바둑이 급속히 국제성을 띄어 왔는데 그에 따라서 장래에는 의자에서의 대국이 늘어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반석의 양식도 많이 변할 것이 틀림없다. 바둑판과 돌의 두께도 지금보다 엷어질 것은 필연적일 것이다. 그 재질도 천연물에서 화학제품으로 바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플라스틱 따위의 돌로 바둑을 두는 것은 웬지 모르게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사카다의 바둑 > 예담(藝談)'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담배, 술에 대하여 (0) | 2023.12.01 |
---|---|
秒읽기에 관하여 (0) | 2022.08.12 |
局後의 檢討 (0) | 2022.08.02 |
바둑의 두터움과 엷음 (0) | 2021.05.16 |
妙手풀이 其一(그 하나? 정도) (0) | 2020.08.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