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근성
바둑을 직업으로 하는 전문가는 자기 대국이 모든 생활에 직결되고 있다. 이기나 지나 경제생활에 아무 영향을 끼치지 않는 아마추어의 입장과 달라서 어떤 시합 바둑에도 이기고 싶으며, 또한 이기지 않으면 안된다.
종반이 가까와져서 초를 새는 형편으로 몰려, 시계 당번이 <앞으로 10초.....5초.....>할 때에는 몸을 에이는 것보다 더 괴로운 적이 있으나, 이 괴로움에서 도피한다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하다. 그 절박한 심경은 체험자가 아니고서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취미가 있어야 솜씨가 생긴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원래 취미가 있어서 바둑을 두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괴로운 나머지 바둑이 싫어지고 뜻을 굽히고 마는 사람이 있다. 단단한 벽에 부딪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서든지 그것을 극복하겠다는 각오, 말하자면 <근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바둑이 승부를 다투는 게임이므로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는데, 지고서도 분한 느낌이 없어서는 안된다. 나는 싱겁게 지든가 하면 일쑤 불쾌감이 응결되어 체내에 남는 일이 있는데, 그래도 괜찮은 줄로 생각하고 있다.
아마추어 가운데에는 지고나서 분한 나머지 <이제 다시는 바둑을 두지 않으리라>고 큰 소리를 치면서 이튿날에는 태연스럽게 다시 두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태도는 좀 반성할 여지가 있다. 지고서 분한 느낌을 어떻게 플러스로 이용하느냐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패배에도 형세판단의 착오, <수읽기>의 착오, 방심, 시간 등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으나 여떤 경우에도 그 원인을 밝혀 두번 다시 되풀이 하지 않도록 스스로 맹세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신이 아닌 사람은 같은 실패를 다시 되풀이 한다. 그리고는 또 반성한다. 이렇게해서 절로 단련되어가는 것이다.
패배를 당하고서도 태연스럽게 별로 원통함을 느끼지 않는 성질은 전문가에게는 적합하지 않는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