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라는 것을 알기 쉽게 설명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그러나 이 <읽기>라는 자체가 바둑의 본질에 관계가 있다고도 여겨지므로 내 생각을 밝혀 보겠다.
우리들이 반면의 구도를 눈앞에 두고, 장차 발전되는 구도를 머리에 그리는 경우, 최초에 떠오르는 것이 이른바 제1감의 구도인데, 그것이 자기에게 분명히 유리하며, 이어서 떠오르는 제2, 제3의 구도도 제1감의 그것만 못할 적에는 문제는 극히 단순하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그 제1의 구도는 <적당한 피차의 균형>인 예가 많으며 과연 자기가 보다 유리한지 어떤지를 판단하기가 참으로 어렵다.
제1감의 구도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제2, 제3의 구도를 모색한다. 이와같이 구도 그 자체가 여러개가 생긴다. 그 하나하나의 형세를 판단해서 다른 경우와 비교하고 최후로 그 여러 개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되니 큰일이다. 그럴 때에 흔히 겪는 일이지만, 추리를 하는 동안에 백이 두면 백이 좋고 흑이 두면 흑이 좋은 것처럼 둔 쪽이 나아 보이는 일이 있다. 이는 형세가 피차간에 고르기 때문에 뚜렷하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구도를 그릴 때의 기본적인 태도로서 실리를 취하느냐 세력을 펴느냐 혹은 강경책을 쓰느냐 온당책을 쓰느냐 하는 문제가 있다. 그렇게 두어서 형세가 나쁘지 않다고 판단되면 온당책을 쓰는 것이 보통이지만, 현재의 형세가 나쁘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는 감히 강경책을 택하는 일도 있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읽기>의 배경에는 기풍이 있고, 과거의 체험에서 오는 자신이 있고, 또 시간이 제한된 대국에서는 시간의 제약도 관계가 있다. 요컨데 <읽기>에는 그 사람이 지니고 있는 총력량이 지극히 압축된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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