碁風百態(기풍백태)
전문가나 아마추어나 그 사람의 바둑의 독특한 본질이 있으니 그것을 기풍이라 하며, 아마추어에 있어서는 그의 바둑의 長技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 같다.
이를테면 공격에 강한 사람은 일쑤 力戰型의 바둑이 되기 쉬우며, 상대를 자기 페이스로 끌어넣으면 강력하게 굴복시키지만, 그와 반대로 신중한 바둑이 되면 이것이 같은 사람일까 하고 의심스러울 만큼 비참한 패배를 당한다.
역시 바둑이라는 것은 유연성이 필요하며 공격이라는 한가지 방법만으로는 바둑이 단조롭게 되어 이기지 못하는 법이다.
고단자의 바둑에서도 어느 정도 같은 이치를 말할 수 있으니, 자기 힘을 자신하는 사람이 웅장한 작전을 세워서 상대를 압도하려 해도, 무리가 통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것을 감행하려하면 상대편이 거기에 틈을 타서 그 사람을 불리한 국세로 빠뜨리는 일이 많다.
그러므로 자기의 기풍을 항상 반성하여 공격에 기울이지 아니하고, 심중하게 태세를 갖춘다든가, 빠른 걸음으로 실리를 취한다든가, 공격을 받고서 극복한다든가, 국면의 전개에 따라서 여러가지 기술을 터득하지 않고서는 고단자로서의 지위를 유지하지 못한다.
따라서 기풍이라는 것은 기력의 향상과 함께 조금씩 변해가는 것이며, 또한 그렇지 않으면 안된다.
오늘날과 같이 실전에 따르는 이론이 발전한 시대에 있어서는 각자의 기풍을 간파하는 것이 매우 미묘한 문제가 되어 있다.
그러나 바둑의 이론이 아무리 발전하여도 각자의 기풍이라는 것은 결코 없어지지 않는다.
튼튼하게 두는 사람과 빨리 이득을 취하는 사람은 각기 그 경향에 따라서 포석도 차이가 나타날 것이며, 또한 중반에서 종반에 걸쳐서도, 돌의 처리, 공격, 위기의 극복 등의 방법에 있어서 완전히 推算(추산:짐작으로 미루어 계산하다)할 수 있는 장면과 완전히 추산할 수 없는 장면과의 경계에서 사고의 심연에 빠졌을 때에도 돌의 움직임이 절로 달라지는 법이다.
거기에 전문가의 기풍이라는 것이 있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