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도날과 무딘 칼
나를 가리켜서 한동안 <면도날 사카다>라는 별명으로 부르는 때가 있었다.
六단시대에 후지사와 호사이, 다카가와 가쿠 두 사람과 리그전을 했을 때, 어느 평론가가 쓴 글이 시초이었던 것 같다.
나의 바둑은 원래 노림수가 많은 바둑이어서 상대가 사소한 틈을 보이거나 긴장을 늦추거나 하면 당장에 덤벼들기 때문에 <면도날>이라는 별명이 삽시간에 퍼진 것도 까닭이 없지는 않은 것 같다.
그리고 나를 가리켜서 <위기를 잘 타개하는 사카다>라고 부르게 된 것은 그로부터 얼마 지난 뒤이며, 이는 내가 돌의 기능을 중요시하고 있던 것이 그 원인인 것 같다.
돌이 그 기능릉 크게 발휘하면 영토를 많이 차지하게 되지만, 그 반면에 전국적으로 허술하게 되면 약점이 많이 생긴다.
상대는 이대로 가다가는 집이 모자라기 때문에 당연히 공격해 온다.
그 때에 견디기 어려워 보이는 돌을 어떻게 해서든지 위기를 타개해서 좋은 결과에 이른 바둑이 비교적 많았던 것이다.
그러나 <타개한다>는 말에는 강하다는 느낌이 없으며, 요즘에는 공격에도 강해졌다고 생각함으로 이제는 별명을 돌려드리고 싶다.
그런데 또 <무딘 칼 사카다>라고 부르는 사람이 나왔다.
이는 면도 날이 무뎌졌다는 뜻이 아니라 씨름에서 말하는 <무딘 네모 자세:스모>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내 마음에 흡족하게 해석하고 있는데, 씨름에서 오른쪽으로나 왼쪽으로나 자유자재로 힘을 쓸 수 있다는 뜻과 통하니 다소 내 의도를 나타내는 말이다.
결국 바둑은 공격에도 강하고 수비에도 강하지 않으면 안된다.
장기의 오오야마 名人은 수비의 장기, 마쓰다八단은 공격의 장기라고 하거니와, 내 바둑을 말하면 그 어느쪽도 아니고 대체로 그 중간이려니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나 자신의 생각이며, 남들은 뭐라고 할른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