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쓰름한 에피소드
예선 시합에서의 격심한 경쟁에 단련된 탓인지 나도 초단이 되었을 때는 3단 가량의 실력은 갖추고 있었으리라. 그런 뜻에서 2년간의 <낭인생활>은 헛되긴커녕 스스로의 기예를 딲는 데 커다란 플러스를 가져 왔다고 생각된다.
그 무렵에 소년의 객기도 있어서 자신에 차 있었다. 거기에 대해서는 씁쓰름한 한 회상이 있다. 아마 초단이 되었을까 말았을까 한 때였다. 기원에서 선배인 A 4단과의 대국을 나는 관전한 일이 있었다.
바둑은 중반을 지나 있었으나, A 4단에게 아무래도 납득이 가지 않는 착수가 있었다. 그대로 보고 있자니까 또 의문의 착수가 두셋 있고 차츰 형세가 나빠지더니 마침내 던져 버리고 말았다. 내 생각대로 두었다면 분명히 승패가 역전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뜻하지 않고 한 걸음 다가서서 말했다. 「이 수를 저는 모르겠는데, 이렇게 두면 어떨까요?」「과연 그렇군. 그 편이 좋았을 텐데」하고 선생은 감탄한 듯이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나는 자기의 의견이 인정된 기쁨에 들떠 그 후에 나타난 의문의 착수에 대해서도 내 의견을 득의만면하여 설명했다.
그 때 「이봐, 사카다」하고 누군가가 불렀다. 뒤돌아보니 당시 <棋道>의 편집장이었던 야스나가 하지메(安永一)씨가 서 있었다. 氏는 소탈한 동양 호걸풍의 사람으로서 늘 텁수룩한 수염이 얼굴을 덮고 있었는데, 그 수염이 약간 곤두서 있었다.
「너는 바둑에선 아직 애숭이야. 선생의 바둑을 비평하다니 꽤심하다」하고는 내 따귀를 후려 갈겼다. 나는 아픔보다도 완전히 놀라서 뜻하지 않게 큰 소리로 울어 버렸다.
그 후 그런 경우에는 예의와 신중을 기하게 되었는데 이것은 춘추의 필법을 빌어 말한다면, 그것은 실로 야스나가氏의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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