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배한잔과 안주반집

바둑이야기

내기에 아내 잃어

kimdong 2015. 4. 18. 15:50
728x90

내기에 아내 잃어



  고려사 악지(高麗史 樂志)에 나오는 얘기다. 바둑 내기를 무척 좋아하는 한 사내가 중국 송나라의 무역선단 두목 도강(都綱)과 내기를 하여 비단을 비롯한 귀한 물건을 수없이 땄다.

  도강은 한두번이 아니고 여러 차례에 걸쳐 싣고 온 귀중품을 잃는 게 예사였다. 그러나 도강의 바둑이 약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고려인의 아내가 절세가인이라 표적으로 삼고 있었던 것이다.

  마침내 배위의 재화 전부와 아내를 걸고 한판 승부를 하게 된다. 결과는 불문가지다.

  고려의 사내는 아내를 잃고 떠나 보내매 뱃머리를 잡고 하염없이 가슴을 친다. 강가에 홀로 앉아 슬픈 노래가락을 읊조리는데, 이것이 고려 예성강곡(禮成江曲) 전편이다.

  한편 고려의 아내를 빼앗은 선단(船團)은 귀향길에 천지를 뒤엎는 회오리 바람에 휘말려 침몰 위기를 맞는다. 점쾌가 천륜을 거역한 죄라고 나왔다. 하는 수없이 그 아내를 돌려주고 제사를 지내니 바다가 평온해졌다. 그 아내가 목메어 부른 노래가 예성강곡 후편이라 하는데 불행히 가사가 전해지지 않는다.


양동환의 '묘수와 속수'중에서

'바둑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3패 바둑  (0) 2015.04.26
바둑판으로 살인  (0) 2015.04.19
이순신의 선상대국(船上對局)  (0) 2015.04.17
두보(杜甫)의 바둑시  (0) 2015.04.16
귀신도 바둑을 둔다  (0) 2015.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