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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이야기

두보(杜甫)의 바둑시

kimdong 2015. 4. 16.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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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보(杜甫)의 바둑시



  시성(詩聖) 두보는 45세 때 안록산의 난에 휘말린다. 당시 그는 그다지 중요한 위치에 있지는 않았으나 반군의 주목을 받아 장안(長安)에 유폐된다.

  두보에게 바둑과 낚시는 좋은 벗이었다. 친구에게 보낸 글에 <추운 날에는 산기슭에 눌러 앉아 바둑을 두세, 무더운 날이면 강가로 나가 낚시줄이라도 드리우세>라는 구절이 보인다. 또 그의 걸작 중의 하나인 「추흥(秋興)」에서 <장안은 바둑판과 같다>고 했고 「강촌(江村)」에서는 <늙은 아내는 종이에 바둑판을 그리고 어린 아들은 바늘을 두드려 낚시바늘을 만든다>고 읊었다.

  언젠가 두보는 고승과 뱃놀이를 하면서 선상대국을 했는데 후일 이같이 읊조린다.

  <그 시절 깊고 맑은 계곡가 물위에는 대나무와 함께 바둑판이 흔들렸네. 지금도 스님을 대하면 그때 그 노승이 어른거리네.>

  그는 초강(楚江) 무협(巫峽)의 드센 물살 위에서도 바둑을 두었던 모양이다.

  <초강 무협은 눈비에 가려 있네. 그러나 우린 술을 넣은 표주박 들고 성긴 발 사이로 바둑판을 두드리네.>


양동환의 '묘수와 속수'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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