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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분(古墳)속의 대국
당나라 시대에도 고분(古墳)을 파헤치는 도굴꾼들이 있었던 모양이다. 어느날 밤 왕후장상의 무덤으로 보이는 큼직한 묘를 헤집고 들어가는데 꾸불꾸불 어둠 속을 더듬어 가다가 밝은 불빛이 보이는 널찍한 방에 이르렀다.
자세히 보니 백발의 두 귀인이 바둑을 두고 있지 않은가.
좌우에는 무사들이 시립하여 눈을 부라리고 있는데 그 위엄이 서릿발 같았다.
도굴꾼들은 혼비백산하여 부복한 채 꽁꽁 얼어붙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노인네들의 얘기소리가 들려왔다.
"젖힐 걸 그랬던가?"
"그보다 이쪽을 버리는 편이 좋지 않았던가."
선문답같은 얘기를 무식한 도굴꾼들이 알아들을 리가 없었다.
그중의 한 노인이 내려다보면서
"이것을 가져가거라."
눈부신 값진 옥대를 하나씩 얻은 도굴꾼들이 뒤돌아보지도 못한 채 36계 줄행랑하여 묘를 빠져나오니 날이 부옇게 새고 있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정신을 가다듬어 옆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헌데 입술이 움직이지 않았다. 손에 든 옥대를 내려다보니 그것은 옥대가 아니라 어마어마하게 큰 구렁이였다는 것이다.
양동환의 '묘수와 속수'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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