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배한잔과 안주반집

바둑이야기

육상산의 기재

kimdong 2015. 1. 20.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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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산의 기재



  중국 남송의 학자 육상산(陸象算)은 역(易)과 수리(數理)로 이름을 남겼다.

  그의 소년 시절의 이야기다. 당시의 수도 임안(臨安)의 서호(西湖) 호숫가에는 기객들이 모여드는 찻집이 있었다. 그런데 기객들의 입에서는 그즈음 점심때가 지나면 매일 찾아오는 한 미소년을 맛좋은 화제거리로 올리곤 했다. 그 소년은 찻집에 와서 음식을 시켜놓고는 주변의 시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한창 대국중인 바둑판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말없이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러기를 한달 가량 지났을까. 단골 기객 중 하나가 관군(冠軍)이라며 대국을 청했다. 관군이라면 그 지방 최고수를 말한다. 소년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아닙니다. 저는 아직 그럴 만한 바둑이 되지 못합니다."

  그날 이후 소년의 발걸음이 뚝 끊어졌다. 열흘 쯤 지나 갑자기 나타나서는 옛 국수의 기보가 그려진 족자를 사들고 가더니 또 감감무소식이었다.

  어느 날 소년 육상산이 다시 찻집을 찾아왔다. 이번에는 소년이 먼저 대국을 청했다. 결과는 소년의 2연승.

  관군이 머리를 조아렸다. 그리고 어떻게 그같은 실력을 쌓을 수 있었는가 물었다.

  "사실 저는 몇 달 전 이 찻집에 오기 전까지는 바둑을 몰랐습니다. 다만 지난번에 족자에 담긴 기보를 며칠 보는 사이에 기리(棋理)가 트였을 뿐입니다."


양동환의'묘수와 속수'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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