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 팔각정(八角亭)

롯데쇼핑 팔각정(八角亭)

  남산에도 팔각정이 있고 북악 스카이웨이에도 팔각정이 있다.

  팔각정이라 하면 먼저 시원한 언덕위에 날아갈 듯 앉아있는 정자를 연상하게 된다. 그 정자는 또한 백발을 휘날리는 신선들이 즐거이 담소하고 있는 정취를 풍겨준다. 유유자적(悠悠自適)하며 세진(世塵)을 초탈(超脫)한 풍류가 가득할 법하다. 거기에 바둑판을 곁들여 좌은(坐隱)의 경지로 벗과 더불어 수담(手談)을 나눈다면 격이 더해질 것이다.

  그와 같은 팔각 정자가 소공동 롯데쇼핑 언덕에 사뿐히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은 롯데인들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12층 스카이플라자의 팔각정 기원(八角亭 棋院).

  아담한 2층 정자다. 조선기와 지붕에 용트림하는 처마끝, 조선식 창살이 강렬한 오색 단청과 어우러져 마치 산간에 든듯 한적하다. 그 앞에는 도랑이 흐르고 조그만 나무 난간 다리가 손짓하여 부른다.

  방문을 열어보니 바둑판이 다섯 틀, 적실수 여섯치 고급기반에 듬직한 봉황석, 강화화문석 돗자리가 마루를 시원스럽게 하고 방석이 부드럽다. 기료도 비싸지 않고 아무나 가서 둘 수 있다. 바둑은 노소 동락이며 상하 동락이다. 예의만 존중할 줄 알면 되는 것이다.

양동환의 '묘수와 속수'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