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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다의 바둑/예담(藝談)

下手의 戰術

kimdong 2018. 5. 22.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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下手의 戰術


  상수에 대해서 미리 돌을 몇개 놓고서 시작한다는 것은 상수와 하수와의 역량의 차가 그 놓은 돌에 의해서 메꿔진다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이를 생각하지 않고, 내 편이 미리 놓여 있으니 믿음직하다고 해서, 처음부터 호선(互先) 바둑처럼 대담하게 두어나가다가는 반드시 어디선가 이상스러운 점이 생기게 마련이다.


  하수가 모르는 자진(自陳)의 결점을 상수가 그것을 노려서 공격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力戰 혹은 난투를 벌이다가는 아무래도 하수가 틀리기 쉽다. 그것이 곧 역량의 차이니 하수는 이 差를 잊지 말고, 처음에는 어느 정도 견실하게 두어 나가야 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견실하면 어느듯 돌이 위축되기 때문에, 상수는 그 틈을 타서 강하게 나오며 하수는 또한 별로 저항을 하지 못하고 굴복한다.


  이렇게 두다가는 결코 하수가 이기지 못한다. 견실과 위축을 혼동시켜서는 안된다. 그 뜻을 구별할 줄 안다면 대체로 보아 견실하게 두는 것이 하수의 승률이 좋다고 말할 수 있다.


  하수가 단단하게 두고 있을 때, 상수도 그와 마찬가지로 단단하게 두다가는 걸음이 늦어지므로 상수는 여기 저기서 손을 빼고 좋은 점을 차지하려 한다. 그렇게 하다보니 아무래도 상수에게 역점이 생기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두 군데, 세 군데가 생긴다. 그 때에 하수가 그 약점을 포착하여 반격을 취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의 과감한 적극성은 반드시 필요하며, 다만 하수이기 때문에 덤벼드는 시기와 장소가 참으로 어렵다. 열手 이내에서 좋은 기회가 오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수십수 거친 다음에 비로소 기회가 생기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 판단은 바둑에 따라서 그때 그때 다르다.


  너무 일러서도 안되고 너무 늦어서도 안된다는 것을 조심해야 할 것이다. 어떻든지 그러한 호기가 일국의 바둑에 몇 번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다시 한번 간추려 말하면, 처음에는 단단하게 자기를 지키다가 시기를 보아 반격으로 옮겨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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