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화점(花點)
바둑판 위에 보면 질서정연하게 점(点)이 아홉 개가 찍혀 있다. 일컬어 화점(花點)이라 한다. 어떤 뜻으로 언제부터 이런 점이 찍히게 되었는지는 기록이 없어 학자들도 고증을 못하고 있지만 아무튼 밋밋한 바둑판에 엑센트를 주어 시각적 효과를 나타냈고, 또 한편으로는 바둑의 원리상 가장 중요한 요처를 미리 제시해 두었다는 측면에서 옛 선현들의 지혜에 감탄하게 된다.
화점을 일본 사람들은 별점(星点, 星目)이라고 부른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처럼 느껴졌던 모양이다. 우리 조상들은 배꼽으로 느꼈다. 그래서 화점(花點)을 속어로는 배꼽이라 한다. 화점이란 한자의 화점(花點)표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원래 우리나라에 바둑판이 전래됐을 당시는 점이 찍혀 있었는데 조선조 시절의 바둑판은 점이 아니라 꽃술 무늬로 변형됐다. 화점의 어원은 그 꽃술무늬이다.
바둑판 위의 대수롭지 않은 점 하나를 찍는 데에도 기왕이면 꽃술로서 아름답게 꾸미는 미적 감각을 지녔던 우리 조상들의 슬기가 마냥 자랑스럽기만 하다.
양동환의 '묘수와 속수'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