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의 묘/제1장 서반의 전투
바둑은 싸움이다. 싸움은 힘이다. 힘이 없으면 바둑에 이길 수 없다. 그리고 힘에는 반드시 (수)읽기의 뒷바침이 필요하다.
그러나 어뚱한 읽기는 아무 소용이 없다. 여기에 돌의 형태라든지 돌의 급소, 또는 싸움의 맥점, 요령 등에 대한 지식과 육감이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같은 지식과 육감을 양성하면 수가 나는지 안 나는지 또는 언제 어느 때 싸움을 시작하는 것이 좋겠는지 하는 것을 어느 정도 직감적으로 알 수 있게 된다. 이와 같은 지식과 육감을 양성하는 데는 기보의 연구와 실전에서 오는 경험을 거듭하는 사이에 체득할 수 밖에 없다.
또 힘은 상대방의 돌을 공격할 경우에만 발휘하는 것이 아니며 자기의 돌을 곤경에서 수습할 경우에도 필요하다. <공격에도 힘> <수비에도 힘>이라 하겠다.
<서반의 전투>는 포석을 끝내고 중반의 난소(難所)에 접어들 무렵까지의 전투법을 실전예에 의해 해설했다.
<서반의 전투>에서는 언제 어디서부터 싸움을 시작하는가 하는 문제가 하나의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그것도 자기편에서 싸움을 도발하는 적극적인 경우와 상대편에서 도전해 오는 것을 맞아 응전하는 소극적인 경우가 있다. 자기가 먼저 싸움을 걸 때에는 유리한 조건 아래, 가령 자기의 세력ㄱ권내에서 도전하는 것이 득책임은 물론이다. 반대로 불리한 조건 밑에서 도전을 당하면 가볍게 처리한다든지 깨끗하게 돌을 버리고 바꿔치기하는 고등전략이 필요하게 된다.
대국적인 견지에서 전투를 진행해 나가는 것도 중요한 요령이다. 부분적으로는 유리해도 대국적으로는 불리하다는 케이스가 많다. <몇점을 버리더라도 선수를 잡아라>하는 격언이 있듯이 약간의 손해가 되어도 선수로 다음의 호점에 손을 돌리는 것이 대세상 유리한 경우가 가끔 일어난다. 그러나 거꾸로 완착인 듯한 느낌이 있어도 가일수하여 수비를 견고히 하는 것이 적절한 경우도 있어, 이런 점이 바둑의 어려움이라 할 수 있으나 결국은 대국적인 형세판단이 중요하다 하갰다.
<공격의 묘>에서도 설명한바 있지만 전투에 들어가서 상대방의 돌을 공격할 때애는 먼저 계획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 공격해서 지면(地面)을 확장한다든가 외세를 쌓는다든가 하여 무슨 이득을 도모하지 않으면 안된다. 뎦어놓고 공격 일방으로 나가 그 돌이 안정케 되고보니 지면이 부족하게 되었다는 결과가 되어서는 공격의 뜻이 없다. 이와 반대로 역경에서 돌을 수습할 때에는 다른 돌에 영향이 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돌을 수습해서 안정시키는 것은 간단하지만 다른 돌에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고심하는 광경은 전문기사들의 대국에서도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전투법>의 이론을 상술(詳述)하려면 한이 없지만 요컨대 연구와 경험을 쌓아 정확한 읽기의 힘을 양성하는 것이 절대조건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