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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이야기

져도 즐겁다(勝固欣然 敗亦可喜)

kimdong 2014. 12. 25.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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져도 즐겁다(勝固欣然 敗亦可喜)


  바둑은 이기려고 둔다는 논리가 성립될지도 모른다. 지기 위해서 두는 사람은 없을 터이고 져서 좋아할 사람도 없다.

  소동파(蘇東坡)는 그러나 패역가희(敗亦可喜)라고 했다. 져도 즐겁다는 것이다. 이기면 당연히 즐겁지 않으냐고 승고흔연(勝固欣然)이라 했다. 그의 유명한 시구절이다. 어찌 보면 초탈의 경지이고 어찌 보면 엉터리다.

  유명한 적벽부(赤壁賦)의 작자로 중국 역사에 길이 빛나는 소동파는 일평생을 통하여 남만 못한 게 세 가지가 있다고 한탄했다.

  첫째 바둑이 시원찮은 것, 둘째 술이 약한 것, 셋째 노래 부르는 것이라 했다. 그러나 그의 숱한 글중에는바둑두는 것을 구경하였다든가, 친구들과 흥겹게 술을 마셨다든가, 여럿이 모여 노래했다는 얘기가 있는 것을 보면 그 세 가지를 다 즐길 만한 정도는 되었던 것으로 헤아려 볼 수 있다.

  잘 두고 싶다는 것은 이기고 싶다는 뜻이다. 늘 지고만 있다가는 재미를 잃는다. 그런데 바둑은 많이 져봐야 잘 두게 되는 법이니 역설적이다.


양동환의 '묘수와 속수'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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