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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수(訓手)
중국 남조 송 나라 시대에 사홍미(謝弘微)라고 하는 유명한 인물이 있었다. 사람됨이 중후하고 도량이 넓어 당대에 손꼽히는 거물이었을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고 있었다.
늙어 만년에 바둑으로 유유자적했다. 어느날 마음에 맞는 친구와 더불어 바둑을 두는데, 상대의 대마가 풍전등화의 지경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그 친구는 눈치를 채지 못하고 딴전을 피웠던 모양이다.
옆에서 구경하던 관전객이 보다못하여 노골적으로 훈수를 할 수 없어 유명한 시의 귀절인 <서남풍 풍운이 급박하니 일엽편주 사경을 헤매도다.>라고 읊조렸다.
이에 상대방이 퍼뜩 깨닫고 바둑판 서남쪽 방면을 두루 살펴 대마에 가일수하여 구면이 대번에 역전됐다.
순간 사홍미의 안색이 변하더니 대노하여 바둑판을 들어 엎어버리는 게 아닌가. 그처럼 온후하며 여유있던 인격자가 별안간 사람이 바뀐듯 했다는 것이다.
이 얘기를 전해들은 유지들이 <명이 다한 모양>이라고 해석을 했는데 과연 얼마되지 않아 죽었다고 사기(史記)에 전한다.
양동황의 '묘수와 속수'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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