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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이야기

반전무인(盤前無人)

kimdong 2014. 12. 27.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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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무인(盤前無人)



  사람의 심성은 본디 여리게 태어난 것 같다. 무서움을 잘 타서 무언가 든든한 것에 기대고 싶어한다. 그런가 하면 저보다 약한 대상에게는 억누르려 하며 자기 과시를 하고 싶어하는 체질을 타고났다. 한마디로 보통 사람들의 약점이다. 남보다 뛰어난 사람은 그런 약점을 잘 관리한다.

  바둑에서도 자기보다 강한 사람을 만났을 때는 움츠러들어 마음대로 두어지지 않는다. 자기보다 약한 상대를 으례 얕보는 심사가 생기는 것도 우리는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경적하면 필패라 했고, 비겁은 먼저 지고 들어가는 것이라 했다. 따라서 반전무인의 마음자세를 갖추지 않으면 바둑을 잘 둘 수가 없다고 한다. 상수와 대좌하면서도 상대를 의식하지 않고 국면에 몰입하다보면 의외로 바둑이 잘 풀린다. 어떻게 앞사람을 의식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반전무인」네 글자를 되뇌이며 노력할 수밖에 없겠다.

  명인 고수는 반상무석의 경지까지 이르고 있다. 돌을 놓아보지 않아도 훤히 길이 보이는 입신의 경지이다.


양동환의 '묘수와 속수'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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