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배한잔과 안주반집

바둑이야기

현람(玄覽)

kimdong 2015. 6. 16. 17:28
728x90

현람(玄覽)



  이 책은 1833년에 간행된 적성인철(赤星因徹)의 기보현람과 1835년에 간행된 수단 50도(手段50圖)를 그 적성인철이 죽은 12년 뒤에 정상수철(井上秀徹 : 丈和의 아들, 12대 정상인석)이 합본하여 발표한 것이다.

  기보현람은 사활 12도, 작물(作物) 7도로 되어 있고, 수단 50도는 기보현람의 속편이라 할만한 내용으로서 <집속에 수가 있다>는 투의 실전에 흔히 나오는 문제가 모아져 있다. 죽고 사는 사활문제보다는 맥을 중심으로 귀나 변의 문제 50도를 수록해 놓았다.

  그 두 책을 합친 것이 오늘날 전해오는 현람인데 사활 62제, 작물 7제의 소품집이다.

  적성인철은 이른바 명인기소를 놓고 본인방 장화와 정상인석이 쟁투를 벌일 당시 그 와중에 애꿎게 희생을 당한 장본인이다. 스승을 대신하여 장화와 쟁기를 벌이던 중에 피를 토하고 죽었다. 그 기보를 토혈의 국(土血之局)이라 한다.


적성인철(赤星因徹)

  명인기소를 에워싼 본인방 장화와 정상인석의 암투는 복잡 괴기하였으나 결국 임원미의 어떤 공작이 주효하여 장화의 승리로 돌아갔다.

  그러나 끝내 소망을 버리지 않고 장화를 기소에서 끌어내리려고 한 정상인석은 당시 권력의 실력자를 통하여 바둑 모임을 개최하고 장화와의 대국을 획책했다. 거기서 장화를 쓰러뜨려 명인기소에의 발판을 삼기 위해서였다.

  대국이 임박하자 오랫 동안 여행 중이던 제자 적성인철이 돌아왔는데, 그 사이 상당한 실력 향상을 확인한 정상인석은 한 가지 꾀를 생각해 냈다. '적성인철의 정선을 감내할 수 없다. 이것은 장화 역시 같을 것이다.' 거기서 적성인철을 핀치 히터로 등장시키기로 했다.

  8단의 자기가 장화를 이기기 보다는, 7단의 적성인철이 격파하는 편이 장화에게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고, 7단의 정선을 감내하지 못한다면 명인의 자격이 없다고 퇴진을 요구하려고 했던 것이다.

  이리하여 1835년 유명한 송평가의 기회(松平家 棋會)가 벌어졌다. 스승의 소망을 짊어진 적성인철은 필사적인 기백으로 운석, 중반에 이르기까지 정상가의 비수를 동원하여 우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중반부터 장화 특유의 힘이 발휘되고 묘수가 연발되어 마침내 지고 말았던 것이다. 가슴을 앓고 있던 적성인철은 종국과 동시에 피를 토하고 쓰러져 1개월 후 26세에 생애를 마쳤다.

  장래의 명인으로 기대됐으면서도 비명에 간 적성인철은 바둑 역사상 최대 비극의 주인공으로 불리운다.


양동환의 '묘수와 속수'중에서

'바둑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방원신법(方圓新法)과 위기신법(圍棋新法)  (0) 2015.06.24
위기묘전(圍棋妙傳)  (0) 2015.06.18
기경중묘(碁經衆妙)  (0) 2015.06.11
발양론(發陽論)  (0) 2015.06.06
관자보(官子譜)  (0) 2015.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