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하면 돌아가라
孫子兵法에 <우직지계(迂直之計)>라는 것이 있다. 우(迂)는 우회한다, 돌아간다이고 직(直)은 똑바로 라는 뜻. 따라서 이 병법이 가르치는 바는 멀리 돌아가는 것이 오히려 지름길이 된다는 뜻이다.
문제(흑선)
백△의 붙임수는 접바둑에서 때때로 나타나는 형이다.
이에 대해 흑A하여 백B로 넘어가게 해주면 무난하지만 귀가 파괴된다. 흑의 응수는?
1도(흑1 나쁘다)
흑1로 직접 차단하는 것은 나쁘다. 백2로 들여다보면 흑3의 잇는 수를 생략할 수가 없으므로 백4로 넘어가 버린다.
귀를 파괴당한 뒤에, 흑은 근거도 없이 도망쳐야 하므로 고전을 면치 못한다. 계속해서.....
2도(시기가 늦었다)
흑1로 뒤늦게 끊어보아도 이미 시기가 늦었다. 백2로 단수하고 4로 막아 흑A의 끊음수를 미연에 방지해 버린다.
그렇다고 흑B로 꼬부리면 백C로 이어 오히려 흑이 잡히고 만다.
3도(불충분)
이번에는 흑1로 내려서 보자.
<1도>보다는 다소 낫지만 역시 흑은 불충분하다.
백2로 넘어간 다음, 흑3에 끊어도 백4, 6하여 백△ 한점을 버리고 만다.
이것은 아무래도 흑의 대책이 완벽하지 못한 것.
4도(정해)
먼저 흑1로 끊는 것이 정해. 즉, 흑A로 차단하기 전에 1에 끊어 백의 동정을 살피자는 <우직지계>이다. 계속해서.....
5도(두점을 잡음)
백2로 처음 의도한대로 넘어가면 흑3으로 내려서서 백△ 두점을 잡는다.
6도(사석)
흑1의 끊음에 백이 넘지 않고 이렇게 2로 단수하면 물론 흑3이다. 그러면 백4는 생략할 수 없다. 계속해서.....
7도(한점을 사로잡음)
흑5로 내려서는 것이 중요한 수순.
백6은 절대, 흑7로 차단해서 백△을 잡을 수 있다.
8도(백의 최강의 저항)
흑1에 대한 백의 최강의 저항은 백2의 단수. 그러면 흑3으로 한번 늘어 백4와 교환한 다음 흑5로 내려서서 차단한다.
백A라면 흑B하여 <7도>와 비슷한 결과.
9도(계속)
계속해서 백6 다음 8로 넘어가면.....
10도(사석의 효과)
이번에야말로 흑9의 끊음수가 성립한다. 즉, 백A라면 흑B, 백C, 흑D로 오른쪽 두점을 잡을 수 있고, 백B로 이으면 흑A로 왼쪽 두점을 잡는다.
이것이 흑▲의 <사석>의 효과이다.
이 성공의 직접 원인은 <8도>의 흑1로 끊은 수. <급하면 돌아가라>는 <우직지계>를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