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이야기

귀신도 바둑을 둔다

kimdong 2015. 4. 15.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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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도 바둑을 둔다



  위(魏)나라에 관로(管輅)라는 재상이 있었는데 점성가로서도 당대 일인자였다.

  어느날 정원을 거닐다가 이웃집 안초(顔超)라는 젊은이를 보고 무심결에 「아깝도다.」하고 탄식했다. 젊은이의 아비가 까닭을 물은즉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다고 하지 않는가. 아비가 대경실색하여 관로에게 매달렸다.

  "내일 새벽녘에 귀한 술과 사슴고기 안주를 짊어지고 동쪽 오십리밖 언덕 향나무 아래에 가보면 바둑을 두는 이들이 있을 것이니 아무소리 하지 말고 잔이 비는대로 계속 따라 붓게."

  때맞춰 가보니 그림처럼 두 사람이 바둑 삼매경에 빠져 있다. 관로가 시킨대로 한 지 얼마나 지났을까. 남쪽에 앉은 사람이 「술과 고기를 얻어먹었으니 봐 주도록 하세.」하고 장부를 꺼내드는데 보니 안초 이름 밑에 19살로 적혀 있다.

  남쪽 사람이 붓을 들어 19를 91로 바꿔놓으면서 「자, 이제 안심하고 가보거라.」하므로 백배 사례하고 돌아와 관로에게 엎드려 절했다는 전설이 있다.

  사람의 수명을 관장했다는 북두성, 육두성의 고사에 나오는 얘기인데, 19의 숫자가 바둑줄 19로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양동환의 '묘수와 속수'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