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이야기

기훈(棋訓)

kimdong 2015. 9. 12.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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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훈(棋訓)



  바둑책에 흔히 바둑격언이라는 단어가 쓰이고 있으나 그것은 일본식 표현으로서 우리 말법으로 하자면 기훈(棋訓) 또는 기언(棋諺)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지 않은가 한다.

  기훈에 보면 좋은 말이 많고 모두들 줄줄이 잘 외고 있으면서도 실천하는데는 인색하다. 이를테면 빈삼각은 두지말라든가, 두점. 석점머리는 볼 것 없이 두드리라든가, 적의 강한 세력에 함부로 접근하지 말라든가,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취하라 하는 따위이다.

  중앙을 향하여 한 칸 뜀에 악수 없다는 것도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런데도 실제 둘 때는 행마를 비튼다.

  세고(勢孤)면 취화(取和)하라 했으나 듣지 않는다. 즉 상대의 세력이 완강하고 내 세력이 허전할 때는 적절히 타협하라는 얘기인데, 미생마를 돌보지 않고 그 옆에서 또 싸움을 벌이기 일쑤다.

  이기려고 욕심을 부리면 이기지 못한다고 예부터 일러왔다. 바둑 10결 중 으뜸으로 치는 탐부득승(貪不得勝)이 그것이다. 이 교훈만큼은 지켜보자.


양동황의 '묘수와 속수'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