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을 잡기 위한 <사석>
적을 잡기 위한 <사석>
계명구도(鷄鳴狗盜)
중국의 전국시대(戰國時代). 제(齊)나라의 맹산군은 현자로 널리 알려져 진(秦)의 소왕(昭王)은 그를 재상으로 삼으려고 초청하였다.
그러나 제나라의 왕족인 맹산군이 진심으로 진나라를 위해서 힘을 쓸 리가 없다는 강력한 반대에 부디쳐 진소왕도 그 계획을 철회하였다.
그런데 이렇게 되고보니 맹산군을 그대로 제나라에 돌려보내면 소왕의 처사를 원망해서 진나라에 적대할 것이므로 그를 잡아죽이기로 하였다.
이제는 소왕이 총애하는 행희(幸姬)에게 부탁하하는 길밖에 방법이 없다. 그런데 행희는 천하의 명의(옷)로 잘 알려진 호백구(=여우의 겨드랑이 밑의 흰털을 모아서 만든 옷으로 귀인들이 입었었다.)를 뇌물로 요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천금의 값이 나가는 그 옷을 맹산군은 겨우 한벌만 가지고 와서 이미 소왕에게 진상(進上)한 후였으므로 비록 진소왕이 총애하는 행희, 게다가 그녀의 힘을 빌어 진나라를 탈출해야할 처지였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맹산군은 이제 모든 것을 단념하고 운명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세상에는 평소에는 쓸모가 없다가, 뜻밖의 경우에 뜻밖에도 쓸모가 있는 인물이 없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세상에는 벼라별 재주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맹산군이 평소 식객(食客)으로 거느리고 있던 자 중에 도둑질을 기가 막히게 잘하는 자가 있어 그 옷을 깜쪽같이 훔쳐왔다. 그래서 간신히 귀국길에 오를 수 있었다.
다음의 난관은 국경 초소인 함곡관(函谷關). 경계가 엄중하여 첫닭이 울어야만 문을 열어 통행을 허가하는 것이다. 맹산군은 추격대가 쫓지 않을까 하고 안절부절이었다. 그런데 그의 식객 중에 닭울음소리를 기막히게 잘하는 자가 있어 닭울음소리를 내자 다른 닭들도 덩달아 울어, 겨우 그 문을 빠져나올 수가 있었다.
바둑돌도 마찬가지다.
판 위에 놓여져 있는 한, 생각지도 못한 국면에 부디쳤을 때 뜻밖에도 쓸모가 있을 경우가 있는 것이다.